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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웅래 의원, [재판에 임하는 피고의 입장]

등록날짜 [ 2023년10월13일 12시23분 ]

[에코데일리뉴스=조재용 기자]

13일 노웅래 국회의원이 "재판에 임하는 피고의 입장"이라는 입장문을 전해왔다.

 

[입장문 전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국민의 뜻에 따라 선출된 국회의원으로서, 불미한 일에 연루되어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최선을 다해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국회의원의 처신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재판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국회의원 업무의 70~80% 정도가 민원 처리입니다. 행정부가 국민신문고나 민원콜센터 등을 운영하듯이, 국회의원도 직접 유권자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알아봐 주는 것’이 기본 책무이고 역할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입법 아이디어도 얻고 정책도 제안받습니다.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안의 상당수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저 역시 ‘소명 의식을 가지고’ 민원을 처리해 왔습니다. 

 

민원인들이 국회의원을 찾아올 때는 어려운 상황일 때가 많습니다. 그들은 제가 모두 해결해 줄 것으로, 믿고 싶어 합니다. 안 된다고 하면, 성의 없다고 비난하거나 척이 집니다. 홀대받았다고 느끼면, 나쁜 소문을 퍼뜨리기도 합니다. 

 

민원인이 욕하고 화를 내더라도,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잘 알아볼게요.’ 인사하고 돌려보냅니다. 대중의 신뢰를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정치인과 연예인은 비슷한 측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민원인에게 ‘알아보겠다’고 대답하지만 국회의원이 알아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뚜렷합니다. 해당 기관에 직접 전화할 수 없습니다. 모든 통화가 녹음됩니다. 해당 기관의 담당자를 만나려고 연락하면 곧바로 상급자에게 보고됩니다. 

 

국회의원 입장에서 ‘알아보는 방법’은 보좌진들을 통해 실무적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정도입니다. 보좌진은 확인한 것들을 성의껏 민원인에게 전달합니다. 민원인의 요청을 들어보고, 필요하면 의정정보시스템을 통해 공공기관에 자료 요청도 합니다.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된 조규청 교수도 수많은 민원인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봉사모임에서 만난 관계입니다. 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고, ‘후원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만났습니다. 교육학을 전공한 교수이고, 수능 관련 책을 썼다고 해서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검찰이 오해하는 그런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도 공무원입니다. 민원 활동을 금품과 연결하는 것은, 그 자체로 범죄행위입니다. 의정활동에 대한 오해입니다. 불법 자금을 수수하면 고위공직자로서 더욱 엄하게 처벌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치자금법에 정한 금액 이상의 후원금을 받으면 반드시 탈이 납니다. 

 

4선 국회의원으로서, 정치활동 내내 떳떳하게 처신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검찰이 저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 수색했습니다. 저는 청탁 거절에 악심을 품은 부부가 ‘협박 수단으로 쓰기 위해 모아두었던 현장 대화와 통화 내용 녹음기록’ 등을 이용해서, 없는 사실을 만들어 덮어씌웠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부패정치인’으로 낙인찍혔습니다. 언론은 검찰의 주장을 믿고, 제가 뇌물을 받았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제가 기자로서 올곧게 살았고, 4선 국회의원으로서 성실하고 청렴하게 살아온 것은 무시되었습니다. 저의 반론은 언론 기사 말미에 한두 줄 인용된 게 전부였습니다. 

 

저는 이 사건이 정치인들의 처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후일 억울함이 풀리더라도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 제5조 제2항에는 직무의 성격상 같은 법을 적용하지 않고, 부정한 청탁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를 규정해 두었습니다. 

 

3.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ㆍ기준의 제정ㆍ개정ㆍ폐지 또는 정책ㆍ사업ㆍ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하여 제안ㆍ건의하는 행위
4. 공공기관에 직무를 법정기한 안에 처리하여 줄 것을 신청ㆍ요구하거나 그 진행상황ㆍ조치결과 등에 대하여 확인ㆍ문의 등을 하는 행위
5. 직무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ㆍ증명 등을 신청ㆍ요구하는 행위


진행 상황을 알아보거나 정책, 혹은 입법 아이디어 등을 구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정당한 직무 활동입니다. 

 

때로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민원인들을 만납니다. 누구를 만났는지,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하기 힘듭니다. 민원 내용을 자세히 듣고 기록할 시간이나 상황이 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부탁하면 보좌진들에게 연결해 줍니다. 

 

선거 때가 되면 하루에 수십 건의 민원이 접수됩니다. 모든 보좌진들이 여기에 매달립니다. 그것들을 교통 정리하여 민원인에게 도움이 되고, 체면을 세워주는 방향으로 정리했습니다. 

 

인사에 관한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원인 등이 인사에 관해 문의했을 때, ‘난 인사에 관여 안 해요.’라고 잘라 말하기 힘듭니다. 그러면 그들은 관계를 끊자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기자 시절에는 늘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래야 취재원과 거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그렇게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알아볼게요.’라고 말했습니다. 상대방의 체면이 상하지 않도록 잘 무마하는 것이 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기화로, 국회의원으로서 좀 더 나은 처신이 무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거듭 말씀드리건대, 4선의 국회의원으로서 20년 가까이 한 번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았습니다. 한 치의 억울한 점이 없도록 공정하고 면밀하게, 그리고 세심히 잘 살펴주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피고인 노웅래

 


[조재용 기자 : h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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