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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보드 생산업체, 오염된 폐목재까지... 정말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려는 것이 맞나?

앞에서는 물질재활용 우선, 실상은 폐목재 시장의 독과점화 꼼수
등록날짜 [ 2024년02월29일 12시20분 ]

[에코데일리뉴스=조재용 기자]
2021년 포름알데히드가 방출되는 E1 등급(1.5 mg/ℓ 이하)의 비환경 파티클보드로 제작한 국내 목재가구를 친환경 표시 광고해 이를 제재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유독성 물질인 포름알데히드는 각종 질병을 유발하며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독성 성분이 확인되고 있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선진국 수준인 최소한 E0 등급(0.5 mg/ℓ 이하)의 목재가구 자재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은 포름알데히드가 눈과 호흡기의 자극제로서 일차적 자극성 및 알러지성 피부염을 유발하고 고농도에서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표시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한 문제 인식 때문일까? 대표적인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인 인천 소재의 A사와 부산 소재 B사는 자사가 생산한 파티클보드는 친환경 제품이고, 친환경 등급(SE0, E0)의 제품 확대를 목표로 친환경 자재 사용과 환경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의 행태를 볼 때, 과연 친환경 보드 제품을 생산하려는 것이 맞는지, 환경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기업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으로 기업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계는 2023년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에 접착제‧페인트‧기름‧콘크리트 등 오염된 폐목재, 오염상태를 알 수 없이 배출되는 건설폐목재도 파티클보드 등 원료로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다른 방법의 폐목재 재활용을 제한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무심코 지나친다면 폐목재를 다시 목재보드 제품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가 홍보하고 있는 것처럼 친환경적이고 친경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인체유해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2022년 산림청이 발표한 목재이용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비환경(E1 등급 이하) 파티클보드 제품의 국내 유통 현황을 보면 수입 제품은 17.1%에 불과한 반면, 국산 제품은 51% 이상이 비환경 파티클보드 제품으로 유통되고 있다. 국산 제품의 E1 등급 유통비율이 최근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나 국민 생활 환경이 악화 될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더욱 우려가 되는 것은 우리 생활에서 사람과 직접 접촉되는 가구재의 특성 상 폐목재를 사용해 생산한 파티클보드 등 목재보드 제품에 원목상태의 폐목재만 사용해도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인데,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가 오염된 폐목재 사용에 본격적으로 열을 올리게 된다면 목재보드 생산원가는 낮출 수 있겠지만 제품의 환경성은 더욱 담보할 수 없게 되고, 이를 모르고 사용하는 목재가구 소비자는 가정, 사무실 등 밀폐된 생활 공간에서 유해환경 노출과 건강상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우려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폐목재를 파티클보드 등의 원료로 사용하는 목재보드 생산 과정은 파쇄, 선별, 건조 등의 처리가 전부로 투입 원료 자체의 유해성을 제거하는 공정이 없어 원료의 오염성‧유해성이 목재보드 제품에 크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래서 독일의 경우에는 폐목재 회수 및 폐기 요건에 관한 규정(Waste Wood Ordinance – AltholzV)으로 목재제품 원료로 반입되는 폐목재의 중금속 함량 기준을 둬 관리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는 목재보드 제품에 대한 포름알데히드 방출 기준만 있을 뿐, 폐목재 원료에 대한 중금속 등 유해물질 규제 기준이 없어 중금속에 오염된 폐목재가 사용되더라도 포름알데히드 기준만 충족하면 목재 보드제품으로 인정받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가 오염된 폐목재, 건설폐목재의 재활용 방법을 제한해달라는 요구에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다. 2007년 당시 국내는 전체 폐목재 발생량 중 재활용이 36%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불법소각, 매립, 부적정 가공으로 환경문제와 자원 낭비가 심했다. 이에 정부는 폐목재의 재활용 촉진과 함께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폐목재를 연료로 재생에너지(전력)를 생산하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이하 ‘REC’)를  부여하여 발전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이하 ‘RPS’) 실적으로 인정하고 발급된 REC를 시장거래하게 하여 단순히 소각, 매립되던 폐목재를 재활용 촉진하게 한 것이다.

 

RPS란 500MW 이상의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공급 의무화한 제도를 말하며 REC란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공급하였음을 증명하는 공급인증서를 말한다.

 

 하지만,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의 요구처럼 다른 방법의 재활용을 제한(폐목재에 대해 REC 부여하지 않는 대상품목을 확대)한다면 폐목재 연료(바이오 고형연료제품, BIO-SRF)의 60% 이상 발전시설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더 이상 발전시설에서 폐목재를 연료로 재활용할 수 없어 단순 처분, 부적정 가공 등 폐목재 자원의 효율적 이용에 심각한 저해와 불법 방치되는 등 처리대란 사태를 불러올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의 ‘고형연료제품 제조‧사용‧수입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산 Bio-SRF 사용량 260 만톤/년 중 발전시설에서 162 만톤/년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는 국민 생활에 피해를 끼치고, 폐목재 재활용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데, 규제혁신추진단까지 앞세워 이러한 요구를 하는 것일까?

 

그 답은 이들 업체들의 사업보고서에 적시하고 있듯이 제품의 원가 절감으로 기업의 이윤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폐목재 재활용 방법을 제한한다고 가능할까 하겠지만 국내 폐목재 재활용 구조를 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다. 폐목재 재활용은 크게 물질재활용, 에너지재활용으로 나뉘는데, 물질재활용은 대부분이 파티클보드 등 목재제품의 원료이고, 에너지재활용은 발전시설에서 연료 용도이다. 그래서 현재 발전시설에서 재활용되는 폐목재 연료에 REC를 부여하지 않으면 발전시설에서는 폐목재 연료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 폐목재는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로 흘러가게 되는 구조가 되고, 국내에 폐목재를 파티클보드 등 목재보드 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업은 3개사에 불과해 현재도 영세‧중소기업인 폐목재 공급자들은 이들 업체의 입깁에 따라 사업의 기로가 갈리고 있는데, 더욱 폐목재 최종 수요자(목재보드 생산업체)가 절대 우위인 독과점 시장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폐목재 시장 및 공급자의 상황, 폐목재의 재활용은 뒷전이 되고, 오로지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가 이러한 지위를 수단 삼아 폐목재 시장을 마음껏 주무르고,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꼼수인 것이다.

 

폐목재 공급업체 관계자는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에서 원료 경합으로 목재보드 생산에 필요한 폐목재 수급이 어렵기 때문에 폐목재에 REC를 부여하지 않아야 한다고 앞에서는 소리치면서 자신들은 폐목재 연료(Bio-SRF) 제조사업과 발전사업에 앞장 서 뛰어 들고, 우리 업체들이 폐목재를 공급하려 해도 폐목재 공급을 제한하거나 받지않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며 “규제혁신추진단이 이러한 사실과 문제점을 알면서도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의 편에 선다면 특정 기업을 비호하고 정부가 독과점 형성에 앞장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재용 기자 : h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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